한국에 한 여성 작가가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강신덕 작가는 마이애미, 시카고, 캐나다, 유럽 갤러리 전시에서 연이은 호평을 받으며, 한국 전시회에서는 작품이 베스트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수만 개의 렌즈로 만든 3차원 예술 혁명과 조각가의 혼이 담긴 평면의 기적을 완성한 강신덕 작가를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 만났다.
1952년 서울 태생인 강신덕 작가는 현재 전 세계 아트 컬렉터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한국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다. 2006년 이탈리아 공화국으로부터 '기사훈장(Cavaliere dell'Ordine della Stella della Solidarieta Italiana)'을 수상한 그는 독창적인 렌티큘러(Lenticular) 기법으로 40여 년간 국제 미술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해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교육대학원 조소전공을 졸업한 후, 1988년 보스턴 White Place Studio에서 세라믹 아트를 공부하며 국제적 감각을 키운 그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의 석 달간 초대개인전을 포함해 40여 회의 개인전을 서울, 동경, 뉴욕, 밀라노, 티롤, 사라예보 등지에서 가졌다. 또한 Scope Basel, Scope Miami, Art Toronto, KIAF Seoul 등 주요 국제 아트페어 400여 회에 참가하는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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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2006년 이탈리아 기사훈장), 우(최초 렌티큘러 스케치) |
인터뷰 중 갤러리 벽면에 걸린 작은 스케치 작품 앞에서 작가가 발걸음을 멈췄다. 언뜻 보면 단순한 꽃 스케치 같지만, 이 작품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저기 벽에 보이는 스케치가 바로 최초 렌티큘러가 탄생된 스케치입니다." 작가가 조심스럽게 가리키며 말했다. 노란색 종이 위에 그려진 소박한 꽃 스케치는 40여 년 전 한 조각가의 실험정신에서 시작된 예술 혁명의 첫 번째 증거였다.
"원래는 조각가 출신이라 화강석을 많이 다뤘습니다. 그런데 해외 전시를 하려니 스테인리스나 알루미늄 같은 가벼운 재료가 필요했고, 조각은 전시 공간을 많이 차지하잖아요. 전시할 때 늘 조각 몇 개만 넣고..." 강신덕 작가가 렌티큘러 기법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웃었다. 이어서 작가는 벽에 걸린 대형 렌티큘러 작품을 가리키며 "다수의 정밀한 렌즈가 들어 있고 그 세 장의 그림을 그려서 프레스를 누르면 이런 작업이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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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비밀secret, 화강석granite, 60×30×140cm, 2006), 우(비밀secret, 화강석granite, 70×30×120cm, 2006) |
처음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놀란다. 보는 각도에 따라 파란색 배경의 하얀 브로콜리가 보라색 배경으로 변하고, 또 다른 각도에서는 완전히 다른 색감의 작품으로 변신한다. 이 독창적인 기법의 완성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이 기법을 시도했지만 다들 하다가 그만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게 무엇인지 한번 도전해보려 했습니다." 실제로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약 2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매우 까다로운 제작 과정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들이 중도 포기했지만, 강신덕 작가만은 40여 년간 꾸준히 연구해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렌티큘러 기법은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매우 까다롭다. 세 장의 그림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하고, 다수의 렌즈가 정확히 계산된 위치에 배치되어야 한다. 현재 이 기법을 예술적 차원에서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작가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이러한 독창성은 해외 무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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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Shinduk Kang, From noon to Dusk, 2025,Lenticular,120x80cm), 우(Shinduk Kang, Party, 2024, Lenticular, 130x75cm) |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렌티큘러 작품은 현지 컬렉터들 사이에서 즉석 화제가 되었다. "미국 컬렉터들이 매우 신기해했습니다. 이런 기법을 처음 본다며 계속 각도를 바꿔가며 감상하더군요. 당일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되었습니다." 시카고 아트페어에서의 전시 역시 성공적이었다. "시카고에서는 '이런 작품은 처음 본다'며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곳에서도 컬렉터들이 2점씩 구매했는데, 하나는 집에, 하나는 사무실에 걸겠다고 하더군요."
유럽에서의 호평은 더욱 특별했다. "밀라노에서 전시했을 때 현지 큐레이터가 '이런 정교한 실크스크린 작품은 처음 본다'고 극찬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인정은 2006년 이탈리아 기사훈장 수상으로 이어졌고, 2013년에는 Sovereign Art Foundation에서 수여하는 Sovereign Asian Art Prize를 수상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시애틀의 한 컬렉터가 보내온 이야기는 더욱 감동적이다. "컬렉터가 식탁 근처에 작품을 설치했는데, 햇빛이 비치면서 작품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왔습니다." 자연광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작품의 모습에 매일 새로운 감동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하계훈은 강신덕의 작업에 대해 "수년간 일관되게 정착해 온 인간의 삶과 사랑에 대한 탐구"라고 평가했다. "작품의 형태와 질감, 색상과 빛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내는 온화함과 따뜻함을 통해 생명과 사랑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된다"는 분석은 작품이 지닌 철학적 깊이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평가는 강신덕 작품이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소장자에게 지속적인 정서적 만족과 철학적 성찰을 제공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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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치갤러리 관장 강신덕 |
최근 한국 전시회에서도 작품이 높은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에서도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좋아합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아졌어요"라고 작가는 말했다. 현재 갤러리 피치 관장으로 재직 중인 강신덕 작가는 LA 진출을 적극 준비하고 있다. "힘을 다해서 해외로 나가려고 합니다"라는 작가의 의지는 북미 시장에서의 작품 가치 상승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40여 년간 검증된 작가적 완성도와 이탈리아 기사훈장, Sovereign Asian Art Prize 수상을 비롯한 국제적 인정은 작품 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작가의 연령과 극도로 까다로운 제작 과정으로 인해 신작 생산에 물리적 한계가 있어, 기존 작품들의 희소성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북미 컬렉터들 사이에서 검증된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시장 진출은 기존 작품들의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강신덕 작가의 글로벌 아트마켓에서의 본격적인 활동이 작품 가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