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장날인가. 조용했던 마을이 복잡하고 떠들썩하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소리, 시장구경을 위해 멀리서 온 관광객, 평소 한적하던 주차장과 거리도 오늘만큼은 북적인다, 장사꾼들은 자리 펴고 앉아 손님맞이 채비를 한 듯 많은 상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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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 장돌뱅이 5일장 장터 (사진=박문원기자 촬영) |
이곳 장터는 어느 지역에서 흔히볼 수 없는 이상적인 위치에 차려져 있다. 전라도 광주의 어시장이 좁은 하천가에 위치한 것은 익숙하지만, 아주 넓은 동강 강변의 뚝방 강변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저 있는 장터는 색다르고 장터의 차가운 강바람이 스치는 상큼한 공기 속에서 더욱 특별하다.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사람들, 예쁜 강아지를 앉고 시장 길을 거니는 아줌니, 촌스럽지만 꾸밈없이 차려입은 가식 없는 시골분들, 이들의 오고가는 말 오늘 장에 뭐 좋은 거 나왔을라나.! 하고 한마디씩 하는 호기심 있어 보이는 구경꾼들 모두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다.
5일장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전형적인 시장이다. 이글은 쓰는 기자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장꾼들이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지고 나와 팔고 떠돌다가 동네 대포집 막걸리 한사발에 따시한 국물 안주로 시름을 달래곤 했던 모습을 보아온 기억이 난다. 장날이면 꽁치 몇 마리 사서 연탄불에 구어 주시던 울 아버지의 옛 모습도 떠 오른다.
이곳 5일장을 찾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습관으로 익숙한 공간이다. 자연스레 5일마다 장이 서고, 그날을 기다리는 것이 생활화 되어 있는 듯 하다. 갓 손질한 콩나물, 정성이 담긴 시골두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족발, 겨울철에 보기 드물게 싱싱해 보이는 봄동 채소, 해풍을 맞고 자란다는 파란 시금치, 호떡, 옴을 움츠리시고 작은 솥뚜껑에 녹두부침개를 부치시는 할머니.., "할머니 어디서 오셨어요? 안추우세요?" 할머니 하시는 말씀, "어~ 저기 섭새에서 왔써어~ 하나 먹어봐" 하신다.
진심의 정이 느껴지니다. 또 옆 상단에는 옛날 통닭, 머리와 꼬리가 단정하게 정리된 생선들, 시골된장, 고추장에 박아 놓은 통무우 까지 모두 이색적이었다, 그들의 공들여온 시간과 정성으로 준비한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장터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변하지만, 오늘은 함박눈이 내려 모든 거리가 새하얀 설경을 이루고 장터 뒤에 있는 얼어붙은 동강, 그 위로 우뚝 솟아 높게 보이는 봉래산의 기상 천문대, 멀고도 가깝게 상고대가 뒤덮인 산세는 더욱 시장을 아름답게 보여 지기에 충분하였다.
겨울 장터에는 장작불에 구운 군고구마가 있어야 하는데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대신 노릇노릇 바싹바싹하게튀겨지는 통닭이 눈에 뛴다. 통닭을 튀겨내는 가마솥에서 나는 기름냄새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혼자가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텐데... 아쉬움에 발길이 머뭇거렸다.
장터의 재미는 널려져 있는 형형색색의 물건도 중요하지만 그곳을 찾는 구경꾼들의 입담도 더욱 장날 분위기를 돈독하게 한다. 강추위에 손을 호호불면서 따끈따끈한 오뎅 국물과 꼬지에 끼워진 넓적 오뎅을 파는 아줌니(아주머니 이곳 사투리)의 한마디가 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저기~~! 아저씨 추위에 떨지 말고 국물좀 드시고 가셔....!" 아줌니의 말 한마디에 괜스레 훈훈한 마음을 느끼며 웃음을 짓게 했다.
가까운 곳 한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우메~~ 저 거시기 오랜만이구먼. 어 자네 올만이여~ 뭐여 자네 그새 허리가 꼿꼿해졌구먼~" 오랜 친구인지, 우연히 장터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장터의 정이 묻어난다.
장터를 한 바퀴들 돌고 나니 왠지 모를 풍족한 마음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세상은 변해가도 장날은 늘 옛장날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돈이 없어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허기가 져도 이곳에 널려 있는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 모든 근심걱정도 잊을 듯한 느낌이 든다.
기자의 생각은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5일장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사람들은 정겹게 흥정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며 변하지 않는 인심을 이어간다. 이곳은 고급스러운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삶의 흔적이 스며 있고, 대형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기가 살아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떠나면서도, 벌써 다음 장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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